평소 애용하는 이발소가 있었습니다. 남성들만 이용하는 전용 미용실로 운영되는 이곳은 10회를 이용하면 샴푸나 치약세트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처음에는 1회 무료 이발권을 쿠폰으로 주더니 아무래도 수지타산이 맞지 않았던지 선물로 바꾸었습니다. 9회를 이용하고 나오던 날에 이발사는 다음에 오시라고 미소지으며 친절하게 인사까지 했습니다. 그 후 한 달도 미처 지나지 않는 어느 날에 그 이발소를 찾았습니다. 머리카락이 힘이 없고 곱슬머리라 조금만 길어도 지저분하게 보여서 조금 다듬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실내가 혼란스럽고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고 입구는 막혀있었습니다. 아무런 공지도 없이 폐업한 것입니다. 그 흔한 문자 하나 없이 문을 닫아버린 것에 화가 났습니다. 지난달에 왔을 때도 미소 지으며 아무런 말도, 어떤 언급도 없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닫아버릴 수 있을까 싶었습니다.
사람의 관계는 처음도 중요하지만 그 마지막은 더 중요합니다. 시작보다 어려운 것이 관계의 마무리입니다. 알파요 오메가이신 하나님은 관계에서 처음과 나중이 동일하십니다. 처음 사람을 지으실 때 가지신 마음이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뒤바뀌어도 여전히 동일하십니다. 그 깊은 사랑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문닫으면 다시 안 볼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밑바닥에 깔려 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사정이 갑자기 안 좋아서 급하게 닫았을까? 그 전후 사정은 알 수 없지만 사업장을 닫는 마음이야 오죽하겠는가 싶었습니다. 어떤 경우에도 관계의 문을 닫지 않으시는 하나님은 형편에 따라 달리 대하는 관계가 아닌 언제나 변함없는 본심으로 대하시는 분이십니다. 오히려 사정이 힘들어져도, 문제가 생겨도 우리를 핑계로 관계를 바꾸시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열심과 신실하심으로 문제를 해결하시는 분이 우리의 아버지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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