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되어서 처음으로 결혼예식 주례를 맡았던 것은 39세 때였습니다. 당시 부목사 신분으로 주례를 맡은 것이어서 어색한 부분도 많았고 서툰 부분도 많았습니다. 직장 신우회에서 만나 같이 예배를 드리고 성경공부를 잠시 한 것이 전부인 예비 신부가 일부러 찾아와 주례 설교를 부탁한 것이 지금 돌아보아도 너무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더군다나 신부는 대형교회를 출석 중이었기에 얼마든지 주례를 부탁할 분들이 많이 있었음에도 여러모로 아직 미천한 목사에게 부탁한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데 그 결정에 감사한 마음이 지금도 있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당시 어설픈 주례에도 불구하고 지금껏 하나님이 보시기에 아름다운 가정으로 든든히 서서 주위의 사람들에게 믿음의 가정의 본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모든 설교가 어렵지만 특히 주례 설교는 단 한 번 주어진 시간에 꼭 필요한 말씀을 전해야 하기에 더 부담스럽고 힘든 일입니다. 목회의 경륜이 쌓이는 동안 주례를 맡게 되는 일들도 늘었지만 언제나 주례는 긴장되고 가슴 떨리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주례主禮의 사전적 의미는 ‘결혼식을 주재하여 진행함 또는 그 사람’입니다. 모든 조명이 신랑과 신부를 향하고 그들의 작은 손짓 하나하나까지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끄는 상황에서 그들 앞에 서서 주례 설교를 전하는 것은 경이로운 일입니다. 요한계시록은 어린 양의 혼인 잔치를 그리는 것으로 마지막을 장식합니다. 신랑되신 예수님과 아름다운 신부를 바라보는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주례를 맡은 자의 마음과 같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본 적이 있습니다. 마음껏 축복하고도 더 축복하고 싶은 마음, 사랑의 물줄기가 마르지 않도록 더 부어주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이 아버지의 마음이 아닐까 주례의 자리에서 상상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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