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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사고
배정환 2017-02-07 추천 1 댓글 0 조회 803

내가 거주하는 건물 1층에는 중화요리 식당이 있다. 점심식사 시간이나 저녁식사 시간이면 늘 주차하는 차량으로 입출입에 불편함이 생기곤 했다. 내 손님은 아니지만 건물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화를 낼수도 없고 불평거리를 제공하고 싶지도 않아서 그냥 꾹 참고 다녔다. 지정 주차장소에 어떤 손님은 연락처를 남기지 않고 차량을 주차해놓기도 했지만 얼굴 붉히지 않고 식당에 찾아가서 양보해주기를 구했다. 무더운 여름날, 추운 날씨 속에 바람까지 부는 겨울날에는 그것마저 인내의 범위를 넘어 속으로 씩씩거리는 불평을 참기 어려울 때도 있었다. 그럴땐 내가 목사인 것을 그들이 알고 있음을 생각해냈다. 차마 목사도 저러는가라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그동안 쌓인 불평이 폭발하는 날이 왔다. 1층에 이른 저녁을 먹으러 온 손님의 차량인듯 했다. 넓지도 않은 주차장 입구를 막아선 차량이 대각선 방향으로 비스듬하게 놓여있었다. 배달가는 오토바이는 충분하게 왕래할 수 있지만 차량이 나가기에는 좁아 보였다. 차를 다른 곳으로 옮기거나 벽과 일직선으로 다시 주차를 부탁해야겠다 마음먹고 차에서 내리려는 순간 조금만 좌측으로 핸들을 돌려보면 어떻게 되지 않을까 싶어 핸들을 다잡았다. 추운 날씨에 먹던 음식을 두고 나오게 하는 것도 미안하고 작은 배려라 생각하고 무리가 있지만 해보기로 했다. 운전석에서 보니 되는듯 했다. 그순간 찌이익...낯선 금속음이 들렸다. 사이드미러에서 비친 대리석 벽보다 실제로 더 울퉁불퉁하게 삐져나온 돌들이 차를 긁었다. 밀려오는 분노와 속상함 그리고 미련한 나의 행동에 대한 자책이 밀려왔다. 운전경력 약 20년 만에 처음 경험하는 큰 자차사고인지라 분노보다 챙피함에 그 자리를 우선 피했다. 얼마쯤 자리를 벗어나 생각해보니 얼마나 화가나고 속이 상했는지... 배려할 때와 하지 말아야 할 때를 구분하지 못했다는 자책이 나를 괴롭혔다. 당장 찾아가 차를 이 따위로 세워놓느냐며 싸우고 싶었다. 마음을 누르고 교회에 도착해서 약속된 성경공부를 마치고 차를 보니 속삭함이 또 밀려왔다.

더 심각한 것은 흉하게 긁힌 차를 볼때마다 함부로 대하는 마음이 앞섰다. 기왕에 이렇게 망가진 것 아무렇게나 운전하면 어때라는 생각이 순간순간 찾아왔다. 더 미루어서는 어려울 듯해서 차를 공장에 맡겨 말끔하게 고쳤다. 새차처럼 깔끔하게 도색된 차를 보면서 새로운 마음도 생겼다. 새차를 구입한 것처럼 운전은 조심스러워 졌고, 주차는 소심해졌다. 사람의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니. 눈으로 보이는 것에 마음도 달라졌다. 그리스도의 옷을 입혀 주님의 은혜가 이런 것이구나 스스로를 함부로 여기지 않도록 그 귀한 옷을 입혀 주신 주님을 생각하니 감사한 마음이 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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