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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딤
배정환 2025-03-29 추천 0 댓글 0 조회 6

어제는 1년 4계절의 날씨를 하루에 다 보았던 날이었습니다. 우중충한 날씨 속에 갑자기 함박눈이 내리더니 갑자기 해가 나서 화창해지는가 했더니 이번에는 우박이 쏟아졌습니다. 가을로 시작해서 겨울로, 겨울에서 봄으로, 봄에서 갑자기 여름을 재빠르게 지나 늦가을로 바뀌었습니다. 옷으로 말하면 패션쇼 같은 날이었습니다. 워킹을 마친 모델이 순식간에 새로운 옷을 입고 나타난 것처럼 정신을 차릴 수 없는 날씨의 화려한 변신이었습니다. 밖으로 내놓은 화분을 하나 둘 실내로 옮기다가 중단하고 다시 제자리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이 정도의 날씨는 견뎌주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진 바람과 사나운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세상에도 불구하고 싹이 나고 꽃봉오리가 맺힌 것이라면 더더욱 이러한 날씨 정도는 이겨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화분을 제자리에 두었습니다. 바람에 여린 잎들이 사정없이 나풀거리고 여린 줄기는 이리 휘청 저리 휘청했지만 견디어 주길 바라며 바람이 거칠게 지나는 밖에 놔두었습니다.

 

밤사이 기온이 영하 3도까지 떨어진다고 하는데 ‘잠시라도 들여놔야 하지 않을까’라는 약한 마음이 다시 심장을 노크했지만 이참에 독한 마음을 먹자 생각했습니다. 영하 3도의 날씨는 이겨내리라 기대하면서 말입니다. 온실은 꼭 어떤 공간만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화분을 옮겨주는 것, 물을 주는 것, 햇빛을 가려주고 눈을 막아주기 위해 우산을 펼쳐주는 것도 다 온실입니다. 오늘은 눈과 우박으로부터 화초들을 보호하지 않고 그들의 생명력에 맡겨두었습니다. 생명의 힘을 너무 얕잡아 보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겨우내 겹겹이 쌓아둔 화분으로 인해 새싹이 올곧게 올라오지 못하고 화분 사이를 피해 굽어진 모습으로 올라온 화초가 있었습니다. 언제인지 알 수 없지만 씨앗이 떨어져 겨우내 견디었다가 새봄에 싹이 난 것입니다. 화분이 치워지기까지 마냥 기다리지 않았습니다. 그 좁은 사이와 짓누르는 무게를 피해서 여리고 여린 새싹이 올라왔던 것입니다. ‘견디지 못할까봐’라는 생각은 정말 기우입니다. 생명의 하나님께서 화초들에게 주신 생명을 가볍게 보지 말아야겠습니다. 영하의 날씨와 눈보라 속에서도 당당하게 자라 꽃을 피우고 새 줄기를 낼 것을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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