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초를 키우다 보니 제일 큰 어려움은 월동하는 것이었습니다. 넓은 터가 있어 비닐하우스를 설치하고 난로를 피워 실내를 따듯하게 하면 더할 나위가 없지만 도시에서는 그렇게 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차선으로 햇빛이 잘 들고 배수가 잘되는 베란다를 찾기 마련입니다. 그것도 없으면 하는 수 없이 거실과 방 등에 차곡차곡 쌓아두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아끼던 화초가 겨우내 동사(凍死)할까봐 실내에 보관했습니다. 제때 물주기도 어려웠고 일조량도 부족해서 제대로 보관되지 못했습니다. 드디어 봄이 되어 하나씩 하나씩 조심스럽게 밖으로 꺼내었습니다. 그중에는 뿌리가 썩어서 죽은 것도 있고 환경이 맞지 않았는지 시들해진 것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동사할까봐 실내에 보관했던 화초 중에 월동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는 것입니다. 밖에서 월동해야 봄이 왔을 때 꽃을 피우는데 실내에서 있다 보니 봄이 왔어도 봄인줄 모르고 깨어날 줄 몰랐습니다. 자연은 정말 신비로 가득합니다. 아주 작은 식물조차도 생애에 맞는 시간표가 새겨있어 언제 깨어나고 언제 꽃을 피워야 할지를 분별합니다. 월동이 있어야 봄을 맞이하는 기쁨과 감격으로, 그 역동성으로 꽃을 피울 수 있다니 하나님의 창조는 심오하기가 그지없습니다. 하나님을 알아가는 일은 작은 일상 속에서도 멈추지 않습니다. 삶의 구석구석에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습니다. 들의 백합화를 자라게 하시고 아름답게 입히시는(마 6:28) 하나님께서는 참새 한 마리의 삶까지도 간섭하시지 않습니까(마 10:29). 그분의 사랑과 간섭 속에 귀히 여김을 받는 우리의 삶이 어찌 사랑스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인생의 겨울도 살다 보면 그 또한 축복임을 깨닫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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