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신우회에 참석하여 예배를 드리는 일로 인해 여러 직장을 방문하곤 합니다. 가끔 직장 화장실도 방문하게 되는데 최근에는 비데가 설치된 곳이 많아졌습니다. 최신 모델로 새롭게 설치된 곳도 있어서 사용할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아프리카 남수단을 처음으로 방문하던 해가 2013년입니다. 초등학교 건립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했었는데 논의 자체가 쉽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생각이 많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어려움은 그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화장실 사용도 그중에 하나였습니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어렵게 말을 건넸는데 돌아온 답은 널린 곳이 화장실이라는 말뿐이었습니다. 화장실이 따로 없으니 아무 데서나 알아서 해결하라는 말입니다.
양변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은 감사한 일입니다. 그러나 변기 커버는 비위생적인 경우가 많습니다. 집에서처럼 수시로 세척할 수도 없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한번은 지저분한 변기 커버를 보면서 인상을 잔뜩 찌푸리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쓰기에 편리한 만큼 수시로 변기 세정제로 청소해 주어야 하는 것처럼 ‘일상을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우리 또한 그래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얼마나 더럽고 냄새나는 오염물질이 몸과 마음에 튀었을까요. 눈에 보이는 오염보다 보이지 않는 오염이 더 해로운 법입니다. 더럽고 비위생적인 곳을 다녀오면 위생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하는 것이 상식이듯이 세상이라는 곳에서 매일을 살아가는 우리는 더욱 몸과 마음의 위생을 생각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위생은 곧 건강과 직결된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미얀마를 가보니 마실 물이 부족해서 돼지 축사를 지나 흘러 내려오는 물을 그대로 받아서 마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마을 사람들 200여 명이 늘 복통과 설사로 고통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우리도 그렇습니다. 아플 것을 알면서도 목마르기에 그냥 세상의 물을 마십니다. 그러면서 늘 아파하고 괴로워합니다. 변기 커버 같은 삶에 찾아오신 예수님이 마르지 않는 생수를 흐르게 하사 더러움을 씻게 하셨습니다. 추석입니다. 가족에 흐르는 더러움이 주님의 생수로 모두 씻겨 나가는 은혜가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댓글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