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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t a fan.(팬인가 제자인가)
이경숙 2012-10-30 추천 1 댓글 2 조회 843

   

  일대일 제자양육 공부를 하면서 부교재로 읽은 책이다. 목사님께서 학습자 중 어느 분이 서평을 올려주시면 좋겠다고 하셨을 때 잠시의 망설임도 없이 거절하고 나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서평’이란 단어가 부담을 주기도 했지만 순종하지 못한 나의 태도가 자꾸만 마음에 걸리는 게 하나님의 책망하심이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덮으면서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싶은 마음과 함께 미련과 갈등으로 마음이 복잡했다.

 

  '내가 예수님의 제자로 살기 위해 나의 권리 및 가지고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좁은 길, 낮은 곳, 가난한 사람, 아픈 사람들을 향해 다가갈 수 있을까? 퇴직 후에 누리고 싶은 여유와 안락(물론 이런 것들이 보장된 것은 아니지만)을 기꺼이 던져버릴 수 있을까? 지금까지 퇴직 후의 그 삶을 기대하며 참고 살았는데 너무 아깝지 않을까???

예수님의 제자로 살고자 하면 성령께서 나에게 필요한 모든 힘과 지혜를 초자연적으로 공급해 주실 것이며 덤으로 기쁨과 행복을 주신다는데 내 마음이 이렇게 복잡한 것은 그것을 믿지 못함이 아닐까? 비행기를 한 번도 타 보지 못한 사람이 비행기의 놀라운 속도와 편리함을 믿지 못하고 자기용 승용차의 매력에만 빠져있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내게 이토록 믿음이 없는 걸까?’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복잡한 마음은 여전하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고 싶으신 일이 뭘까? 과연 나는 하나님이 함께 하시고픈 사람이기나 한 걸까? 지금 내가 갖고 있는 이 직업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그 일일까? 난 한 번도 이 직업을 원한 적이 없었는데 하나님은 이 일을 왜 내게 맡기셨지? 난 그만 두고 싶은 때가 한 두 번이 아닌데 하나님은 내가 언제까지 이 일 하기를 원하시는지? 내게는 남편이 있으니 남편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이나 남편을 돕는 배필로서의 역할을 감당하는 게 맞는 것은 아닐까? 그럼 하나님은 우리 부부에게 어떤 비전을 갖고 계실까? 이미 주셨는데 우리가 둔감해서 이러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일꾼으로 쓰일 만큼 크지도 못했으면서 주제넘게 김칫국부터 마시고 있는 것은 아닐까? ...... ’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의 제자를 이르는 말이란다.

제자. 무리나 팬과는 엄연히 구별되는 말로

팬은 단순한 열광을 진정한 헌신으로, 예수님에 관한 지식을 친밀함으로 착각하며, 행동하지 않고 말로만 때우는 사람들이란다.

반면에 제자는 자신의 전부를 포기할 각오, 희생을 감수할 각오, 대가를 치를 각오, 날마다 십자가를 질 각오로 오로지 예수님만을 믿고 따라가는 자라고 한다.

 

  내가 예수님을 좇기로 결심하고 포기하거나 희생한 것, 손해 본 것이 뭔가 생각해 봤다.

매일 출근하는 직업을 가진 내가 일요일에만 누리는 늦잠, 민낯, 추리닝 차림으로 집에서 뒹구는 한가로운 자유, 10년 전 10억을 모아 부자 되려는 생각을 버린 것과 광신자, 맹신자라는 비난이 고작이다.

   생각해 보니 이렇다하게 희생한 것도, 포기한 것도, 대가를 치른 것도 없다. 손해 본 것은 더더욱 없다. 오히려 예수님 때문에 조금 더 정직하게 살고 있고, 10억은 못 모았어도 부족함 없이 풍성하게 누리고 있으며, 광신자 소리를 들었으나 지금은 인정받으며 더 평화롭게 살고 있다. 주일에 늘어지거나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이 자녀들이나 나 자신에게 유익했다. 사표를 내고자 했을 때 붙잡아 주셨고, 부동산투기를 해서 고전을 겪으며 실패한 것 같았으나 하나님께서 선으로 갚아주셨다.

  지금 내게는 나의 생명과 맞바꿔야 할 만큼 내가 앞으로도 갖고 있어야 할 것, 지켜야 할 것이 하나도 없음을 깨닫는다. 나를 구원하신 예수님으로 인해 덤으로 사는 인생이나 다름없는데 그 분을 위해(?그것이 나를 위한 것인데...) 알량한 나의 것을 포기하는 게 뭐 그리 어려운지?

  그런데도 앞으로 누릴 수 있을 것 같은 여유와 편안함이 아까워서 미적거리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그것도 하나님이 허락하시지 않으면 그만일 텐데.

내가 구원의 감격과 영생의 약속을 잊었든지, 주님이 주실 그 놀라운 기쁨과 축복을 믿지 못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아버지,

저에게 믿음 없음을 불쌍히 여겨주시옵소서.

겨자씨 만할지라도 생명을 품고 있는 온전한 믿음을 주시옵소서.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 버려야 할 것들을 즉시 버리고 돌아보지 않게 하여 주시옵소서.

날마다 저의 옛사람은 죽고 십자가의 보혈로 새로워지게 하시옵소서.

무슨 일이든 주님이 주관하여 이루어 가심을 믿게 하시고, 주님이 원하시는 그곳에 제가 늘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 이 땅에 사는 동안 “주여! 주여!” 하다가 마지막 날 천국 문 앞에서 “내가 너를 모른다.”라는 주님의 단호한 거절 앞에 설 수 있음을 늘 기억하며 두려운 마음으로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

주님의 은혜와 자비를 구하오며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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