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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사를 품고 동사로 살아라 - 십자가 신학과 영성을 읽고
배정환 2015-05-01 추천 1 댓글 0 조회 1176

십자가 신학과 영성 ;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 마이클 고먼 / 박규태 역 / 새물결플러스

 

 

이 책은 2010년에 발행된 책이지만 최근에서야 알게되어 읽어야지 마음만 먹고 있다가 어제서야 다 읽었다. 636쪽에 이르는 분량에다 내용도 눈으로 간단하게 읽고 그냥 지나기가 쉽지 않고 또한 읽어야 할 각주(footnote)가 많아 다소 인내가 요구되기도 했지만 저자의 방대한 서술에 매료되어 멈출 수가 없었다.

 

본래 십자가는 죽음인데 그것이 삶과 만나 전혀 다른 삶을 만든다. 그전에는 생각하지도 못했던 삶의 혁명이 일어나는 것이다. 예수를 그리스도라 믿는 믿음은 철저하게 동사이지만 얼마나 많은 경우 명사로 취급받으며 한 발도 움직이지 못하고 굳어져 버린 상태에 머물며 무기력하게 입술로만 믿음을 외치곤 했던가. 마치 온몸을 붕대로 감은 자처럼 움직임을 포기한 자로 살았다.

어릴 적, 유성에 있던 큰 댁이 위치한 시골에는 우물이 하나 있었다. 마을 사람들은 빨래를 할 때나 씻을 때 혹은 물을 뜰때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았다. 우물의 생명은 물의 청결이다. 얼마나 깨끗한가가 우물의 가치이다. 고인 우물은 곧 벌레가 나고 썩어버린다. 마실 수도 없고 빨래도 어렵다. 푸르스름하게 물이 들고 말았다. 옷이 상해 버렸다. 그렇지만 흐르는 우물이 있다. 전자는 태국에서 보았다. 후자는 어릴 적 시골에서 본 우물이었다. 한 여름에도 이가 시릴 정도로 차가운 물이 그 속에... 있었다. 십자가를 품고 사는 삶은 고인 우물의 삶이 아니라 겉은 굳은 것 같지만 그 밑바닥은 콸콸 흐르는 우물과 같다. 멈출 수 없는 사랑이 그 속에서 흐른다.

 

평생 주님의 이야기를 자신의 삶으로 담았던 바울은 생수가 흐르는 우물처럼 멋진 삶을 살았다. 물론 고난도 있었고 죽음같은 아픔도 그에게 있었지만 그는 자신있게 말했다. 나를 따르라고.
그러면서 그는 삶으로 이렇게 외쳤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가 믿음을 보이신 행위이자 사랑을 나타내신 행동이었다'
- 삶으로 담아내는 십자가 / 마이클 고먼 / 새물결플러스

믿음과 사랑은 십자가에서 하나가 된다. 믿음따로 사랑따로 구별은 십자가를 수평과 수직으로 분리하는 것과 같다. 믿음과 사랑의 공통점은 동사라는 것이다. 행동이고 행위이다.

세상은 명사처럼 살면 편하기 그지 없지만 동사로 살면 그지(거지)처럼 처참해진다. 그러나 그 속에 영광이 숨겨져 있다. 나의 영웅적 이야기를 내려놓고 그리스도의 이야기를 담아내는 삶이 울림이 된다. 고난과 영광의 경계선, 십자가...동시에 함께 보는 지혜가 부족했음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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