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이야기

  • 마음노트 >
  • 목회이야기
풀어헤친 마음의 끈
배정환 2024-08-31 추천 1 댓글 0 조회 46

일부러 시간을 내어 어느 기도원에 며칠을 묵었습니다. 도시에서 살다 보면 들을 수밖에 없는 소리들을 떠나 평소 듣지 못했던 소리를 듣기 위해 인적이 드문 기도원을 찾았습니다. 감사하게도 여름사역이 끝난 무렵이라 넓은 기도원은 곳곳에 여름행사의 흔적만 남았습니다. 가을 내내 그 많은 여름의 흔적을 지우다 보면 겨울이 성큼 다가오겠지요. 삶이란 때때로 과거를 부지런히 지우려 현재를 흘려보내는 것 아니겠습니까.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숲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이 계절을 앞당기는 듯했습니다. 낮에는 아는 척도 하지 않던 풀벌레들이 뒤늦게 반갑다고 인사하는 소리와 나뭇잎들이 바람결에 서로 손을 스치는 소리 그리고 앞만 보고 가다가 투명한 유리 창문에 부딪힌 바람이 땅에 넘어져 바닥 먼지를 굴리는 소리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곳에만 있는 듯했습니다.

 

주변이 조용하니 비로소 들리는 중심의 소리가 있습니다. 늘 주위에서, 주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반응하는 것이 익숙하던 삶에서 벗어나 내면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니 익숙한 날에 낯선 공기가 살갗을 스치듯이 생경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조급한 마음, 쫓기는 마음 그리고 늘 긴장된 마음의 끈을 풀어헤치니 비로소 가득히 차오르는 여유가 쌓인 피로를 밀어내는 듯하였습니다. 피곤이란 무엇을 해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그래야만 될 것 같은 마음에 뿌리를 내려 자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마음의 피로까지 걷어내니 비로소 성경이 달큰한 향기로 다가왔습니다. 소리를 내어 간구하기보다는 자꾸 하늘의 소리를 들으려 귀를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소리로 배가 부르고 소리로 청량감을 느끼는 시간들이었습니다. 

자유게시판 목록
구분 제목 작성자 등록일 추천 조회
이전글 기도 배정환 2024.09.09 1 41
다음글 무료 비스킷 배정환 2024.08.24 1 45

139816 서울 노원구 상계로18길 28(상계동) TEL : 02-975-0091 지도보기

Copyright © 하늘정원교회. All Rights reserved. MADE BY ONMAM.COM

  • Today17
  • Total214,325
  • rss
  • faceb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