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중인 건물에 안전 슬로건(slogan) 현수막이 나부꼈습니다. ‘안전은 확신보다 확인으로, 짧은 문구였지만 강렬하게 다가왔습니다.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안전불감증’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근거가 전혀 없는 확신이 곳곳에 가득합니다. 비단 세상에만 그런 것이 아니라 신앙 안에도 근거없이 ‘믿습니다’만 주문처럼 외치는 경우가 얼마나 많습니까. 안전은 계속된 확인으로 담보되는 것이라면 믿음은 어떨까요?
도마는 우리의 이런 고민을 많이 덜어준 고마운 인물입니다. “내가 그의 손의 못 자국을 보며 내 손가락을 그 못 자국에 넣으며 내 손을 그 옆구리에 넣어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 하니라”(요 20:25). 도마는 믿음 앞에서 정직했습니다. 믿는 척, 믿음이 좋은 척하지 않았습니다. 확인해 보지 않고는 믿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는 안전한 믿음을 택했습니다. 이에 예수님께서는 “내 손을 보고 네 손을 내밀어 내 옆구리에 넣어 보라 그리하여 믿음 없는 자가 되지 말고 믿는 자가 되라”고 하셨습니다. 주님은 안전한 믿음, 확인을 거친 믿음도 인정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의 믿음이 확인이 아닌 확신에 가득 찬 믿음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시니라”(요 20:27).
이런 측면에서 보면 믿음은 모험입니다. 안전과 모험은 서로 어울리지 않은 듯 보입니다. 그러나 최소한의 안전장치 없는 모험은 무모한 객기와 같은 것입니다. 이런 무모한 믿음은 결코 좋은 믿음이 아닙니다. 이는 궁극적으로 하나님을 시험하는 것입니다. ‘보지 않고도 믿는 믿음’이란 확인이 필요하지 않을 만큼 관계의 확신이 있는 믿음입니다. 친밀함이 없는 관계에서는 알 수 없는 확신을 말하는 것입니다. 친밀함이 없이 ‘믿습니다’라는 구호만 외치는 것은 안전불감증에 빠진 종교적 주문임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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