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새벽에 있었던 일이다. 사거리 신호에서 좌회전 깜박이를 켜고 내 신호를 기다렸다. 유난히 밝은 녹색신호가 켜지는 순간 무심코 기어를 변속하고 핸들을 좌측으로 돌리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속도를 더 올리려는 순간 아내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여보 앞에 차!!" 아내의 경고에도 쉽게 브레이크를 밟지 못했다. 나는 내 신호를 지켜 가기때문에 사고시에도 우선권이 있다고 생각했다. 더 다급한 아내의 외침에 핸들을 급하게 돌리고 그 자리에 멈추었다. 다시 신호를 보니 직진신호였다. 이럴수가! 아내는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 혼자서는 운전도 못하겠다 내가 꼭 있어야겠어"
착각은 때로는 확신이 된다. 내가 옳다는 착각이 무모하게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 목회를 하면서 나만 옳다는 착각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기도하고 있기 때문에, 말씀을 전하고 있기 때문에, 목회를 하고 있기때문에 나는 옳다. 이 확신이 때로는 기도하지 않는 성도를 정죄하고, 말씀에 무지한 성도를 외면하게 했다. 그들의 생각이 선하고 옳아도 소위 영력으로 밀어붙였다. 당나귀를 통해서도 깨닫게 하시는 하나님은 신앙이 없는 자들을 통해서, 기도와 말씀이 없는 자들을 통해서 착각과 교만에 빠진 나를 깨우시고 계심을 새벽에 깨닫게 하셨다. 오만은 나와 멀리있지 않았음을 새삼 깨달았다. 매일 어려운 삶의 자리에서 영적 최전방을 살고 있는 그들의 지혜와 수고를 마음으로 귀를 기울이는 자세가 부족했음을 신호의 착각을 통해 돌아보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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