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사방에 흩어진 은행 잔고를 알아보기 위해 기억을 더듬어가며 은행마다 다닐 필요가 없습니다. ‘계좌 통합관리서비스’로 인해 앉은 자리에서 주민번호만 입력하면 모든 금융회사의 휴면계좌까지 찾아주기 때문입니다. 결혼 초기에 증권회사에 다니는 친구의 권유로 개설한 계좌에 2만 원 조금 넘는 잔고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큰 액수의 돈은 아니지만 선물 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세월이 가면서 돈의 가치는 하락했지만 찾을 수 있는 돈이 있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입니다. 사방 돈 내라는 것 뿐인데 찾아서 가질 수 있는 돈이 있으니 얼마나 좋습니까.

브루스 윌킨스가 쓴 ‘야베스의 기도’라는 책에 천국에 간 존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천국에 간 존은 베드로의 안내로 한 창고에 이르게 됩니다. 그 안에는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는 한 상자가 있었습니다. 열어보니 존이 이 세상에서 살 때 하나님께 그토록 그에게 주고 싶었던 것들로 가득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많은 것을 준비하고 존의 기도를 기다렸지만 기도가 없어 쌓여 있었던 것입니다.
 

정말 하나님께서는 기도가 없으면 주시지 않으실까요? 돌아보면 기도가 없는 순간에도 여전히 필요 이상으로 넉넉하게 베푸신 때도 많았고 딱 필요한 만큼만 주신 적도 많았습니다. 기도해야만 주시는 하나님이 아니었습니다. 다만 기도는 찾는 기쁨을 누리게 합니다. 뜻하지 않는 곳에서 발견한 2만 원으로도 이렇게 좋은데 찾는 자의 바램보다 주시고자 하시는 분의 바램이 더 크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주시고자 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깨닫는 기쁨은 선물을 받는 기쁨보다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