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중고등학생 시절을 벗어나지 못한 때에 믿음은 없었지만 친구따라 교회를 들락날락했습니다. 지금은 사설 스터디카페나 공공 도서관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지만 당시에는 공부할 장소가 멀리까지 가야 있는 공공 도서관 외에 다른 공간이 마땅히 없었습니다. 별로 마음에 달갑지는 않았지만 교회는 공부하기에 좋은 장소였습니다. 조용하고 간섭도 없어서 공부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공부하다가 배가 고프면 근처 분식집에서 라면이나 떡볶이를 먹었고 공부하다가 무료하면 교회 내에 비치된 탁구대에서 탁구를 치곤했습니다. 당시 저에게 교회란 이런저런 이유로 드나들기 편한 곳이었습니다. 주일학교 선생님들도 수시로 오며 가며 교회를 드나드는 저와 친구들을 좋게 봐주셨습니다.
예배가 있을 때만 교회에 방문하는 것이 아니라 수시로 드나들며 단 5분이라도 앉아 주님 앞에 마음의 짐,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쉼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를 쓴 유현준 교수는 ‘이벤트 밀도’가 높은 길이 좋은 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가 말한 이벤트 밀도란 매번 같은 거리를 가더라도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경험의 가능성이 높은 길을 말합니다. 여기저기 크고 작은 상점들이 많이 있어 늘 가도 새로운 곳을 방문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교회에 와도 별 볼일이 없으면 누가 오겠습니까? 시편 124편은 성전에 올라가는 노래로 다윗이 지은 시입니다. 다윗은 8절에서 “우리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의 이름에 있도다”라고 노래합니다. 교회의 문은 하나이지만 그곳을 드나드는 자들에게는 영적 이벤트 밀도가 높아서 다양한 영적 경험을 누릴 곳이 교회입니다. 때로는 음성으로, 때로는 말씀의 기억을 새롭게 하심으로, 때로는 조용히 안으심으로 다가오시는 주님. 어느 곳에서나 기도할 수 있지만 여전히 하나님과 둘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은 많지 않습니다. 공간이 주는 색다른 은혜를 누리기 원한다면 교회를 자주 드나드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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