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몹시 부는 날이면 평소 무심하게 지나쳤던 것들에 관심이 쏠리곤 합니다. 난간에 내놓은 화분, 벽에 걸린 돌출간판, 벽에 기대어 둔 사다리, 그뿐만 아니라 베란다 창문 등 여기저기 신경 쓸 일이 많습니다. 가을의 마지막 남은 잎새까지 모두 떨어뜨려 본격적으로 겨울을 예고하는 매서운 바람이 부는 날이면 어깨가 움츠러들고 옷깃의 윗단추까지 잠그게 됩니다.
바람이 몹시 부는 어느 날, 좁은 곳으로 불어 드는 센바람 이른바 황소바람이 세워둔 물건들을 넘어뜨렸습니다. 그 작은 틈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그 틈보다 몇십 배나 큰 물건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보면 모아진 ‘바람의 힘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으로 말하면 집중력, 몰입의 힘이 아닐까요.
바람은 끊임없이 자신의 길을 찾습니다. 아프리카 우간다에서 만난 바람은 막힘이 없는 넓은 대지를 마음껏 휘젓고 다녔지만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잡지 못한 듯 보였습니다. 반면에 좁은 계곡과 건물 숲 사잇길로 몰아치는 바람은 너무나 선명한 길 앞에서 거침없이 방해되는 모든 것들을 거침없이 쓰러뜨리는 것을 봅니다.
길은 방향이 되고 목적이 되어 더 큰 힘을 발휘합니다. 바람은 보이지 않지만 그가 가는 길을 통해 자신을 드러냅니다. 그리스도인들의 삶이 바람과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출애굽기 10:19에는 여호와께서 바람의 방향을 바꾸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매우 강한 바람이 서쪽에서 불어오게 하셨습니다. 그 강한 바람은 메뚜기들을 홍해로 몰고 갔습니다”(쉬운성경). 주님께서는 바람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고 닥치는 대로 길을 찾아 좌충우돌하는 우리들을 불쌍히 여기사 친히 길이 되셔서 우리를 인도하셨습니다. 오늘처럼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면 바람도 방향을 바꾸어 쓰시는 하나님이 마음에 가득해 감사의 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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