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친척 중에 무협소설 작가가 있는데 하루는 최신작이라고 전집을 보내왔습니다. 보내준 성의를 생각해서 첫권을 들고 읽는데 도대체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몇 번을 읽어도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용어도 생소하고 소설 속 상황도 그려지지 않아서 머릿속에서 그 내용이 뒤죽박죽이었습니다. 도저히 진도를 나갈 수가 없어 처음부터 다시 읽었습니다. 그러기를 세 번, 그제서야 글들이 보이려는 그림이 그려졌습니다. 읽다 보니 재미가 느껴져 6권을 읽는 중에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했습니다.
그중에서 지금까지 인상 깊은 것이 ‘순간이동(teleport)’이라는 것입니다. 순식간에 자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이동하는 것입니다. 우간다 북부 남수단 난민지역에 갈 때 순간이동으로 가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뿐 아니라 가고 싶은 선교지, 오라는 선교지에 순간이동을 통해 가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러나 이러한 생각들은 이번 몽골을 다녀오면서 내려놓았습니다. 가는 길이 이미 여행이며 선교인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순간적 이동할 수 있다면 순간적으로 돌아올 마음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때때로 코를 불편하게 하는 냄새와 매캐한 도시 매연 그리고 추운 날씨와 불편한 언어 소통. 익숙함과 편안함을 내려놓고 이러한 불편함과 불쾌함을 몸으로 감당할 때 선교는 시작됩니다. 순간이동이 아니라 느리고 고통스러운 여정이 선교를 가능하게 합니다. 순간이동이 가능한 승천의 길을 뒤로하고 이 땅에서 거칠게 우직스럽게 살아내신 예수님. 죄악의 더러움과 질시의 미혹을 견디며 당당하게 살아내신 예수님. 편안하고 안락한 집을 떠나니 예수님이 더 가깝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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