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리터(liter)가 들어가는 페트병에 담긴 생수를 커피포트에 부었습니다. 유효기간이 살짝 지났지만 어차피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까맣게 다 녹아질 커피를 한잔 마시고자 물을 끓이기 위해서였습니다. 페트병에 담긴 물을 포트에 붓고자 살짝 머리 부분을 숙이니 포트에 들어가는 물보다 밖으로 새는 물이 더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포트에서 물이 넘친 줄 알았습니다. 그러나 꼼꼼하게 살펴보니 페트병이 깨져 10cm 이상 찢겨있었습니다. 조금 전에 세워진 곳도 살펴보니 이미 깨진 틈을 통해 소리 없이 물이 새서 바닥이 흥건하게 젖어있었습니다. 급한대로 깨진 부분을 위로 돌려 물을 부었습니다. 물의 수위가 깨진 부분보다 낮아지니 더 이상 물은 새지 않았습니다.
깨진 페트병을 보고 있노라니 영혼의 상태를 보는 듯했습니다. 찢기고 깨진 영혼이지만 높은 영적 수준으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알지 못하고 느끼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믿음으로 기도 가운데 깊고도 높은 영혼의 호흡으로 주님과 친밀함으로 살아가는 삶이 아니라 육체의 요구에 급급하게 이 땅의 낮은 욕구를 정신없이 쫓아 살아가는 삶이 반복되다 보니 깨어진 영혼의 부위에서 영적 기력이 세어나가는 것도 모르고 지쳐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습니다.
성령의 충만함 속에 그분의 다스림을 받고 살아야 할 우리가 정작 엉뚱한 곳에서 영적 권능이 새어나가는 것도 모른 채 무감각하게 살아가기에 하나님이 정작 필요로 하는 곳으로 흘려보내지 못하고 늘 수준 이하의 삶을 살고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깨지고 상한 심령을 끌어안고 주님 앞에 나가야 할 때라고 깨진 페트병은 몸으로 말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말 못하는 페트병이라도 사용하셔서 지금의 긴박함을 말이 아닌 눈으로 보게하신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쓴 커피만큼이나 가슴 쓰리게 다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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