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을 땔 때 연기가 밖으로 빠져나가도록 만든 장치를 우리는 굴뚝이라고 부릅니다. 전에는 벽돌이나 콘크리트로 만들었지만 도시 골목길에서는 양철이나 슬레이트 따위를 둥글게 말아 이은 연통이 대부분입니다. 특히 일반음식점이나 고기를 굽는 식당에서는 연통을 건물 높이만큼 끌어 올리는 경우도 많이 봅니다. 자유분방하여 자기 마음대로 훅 날아가 버리고 때로는 건강을 위협하는 연기를 잘 모아서 한 방향으로 이끌어 내보내려 할 때 연통만 한 것이 없습니다. 어릴 적 세 들어 살던 집 방바닥에 금이 가서 늘 연탄가스에 노출될 위험성이 높았습니다. 연탄 아궁이에는 연결된 굴뚝이 있어 바람이 불면 진공청소기처럼 연탄가스를 빨아들여 갈라진 방바닥 틈으로 올라올 여유가 없도록 했지만 비가 내리고 습도가 높으면 어김없이 연탄가스 냄새가 방안에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비는 내리지 않았는데 기압이 낮은 날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십자가를 무엇에 비유할까 생각해보다가 굴뚝이 떠올랐습니다. 자유분방해서 통제하기 어려운 연기처럼 죄도 그러합니다. 좌충우돌 어디로 튈지 모르는 연기를 모아서 우리 마음 밖으로 품어져 나가도록 하려면 십자가라는 굴뚝이 필요합니다. 예수님께서는 굴뚝이 없어 죄악의 연기와 악취가 가득한 우리의 심령을 불쌍히 여기셔서 친히 십자가에 달려 죽으시고 3일 만에 부활하사 우리에게 영의 굴뚝을 달아주셨습니다. 성령의 바람이 불면 죄악은 연기가 연통에 빨려 나가듯이 마음에 머물지 못하고 빠져나가고 마는 것입니다. 그로 인해 심령은 맑은 하늘처럼 쾌청하여 밤이나 낮이나 주님을 바라보게 되었으니 이 은혜가 너무나 큽니까. 부활의 아침에 낙심과 절망의 연기는 다 사라지고 소망과 기쁨만 심령에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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