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년 2월에 졸업을 한 후에 처음으로 모교를 방문했습니다.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사전에 계획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비된비전에서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 위치한 모교에서 진행되는 청소년 하계연합캠프에 참석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차량운행을 위해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25년 만에 방문한 모교는 옛 모습 그대로 간직한 부분이 많아서 옛 추억을 새록새록 떠올리게 했습니다. 합격한 후에 히브리어와 헬라어 집중과정을 공부하기 위해 늦은 시간까지 불을 밝히며 쉽게 잠을 이루지 못했던 순간들, 넓은 연령차의 스펙트럼에도 불구하고 부르심(Calling) 앞에서 같은 마음을 품었던 시간들이 풀석거리며 피어오르는 민들레 씨앗처럼 멈출 줄 몰랐습니다. 기왕이면 모교에서 진행되는 수련회에, 그것도 교회 청소년들과 교역자와 교사들이 참석하는 연합수련회에 폼나게 강사를 설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과 그렇지 못한 쑥스러움이 잠시 스스로를 간지럽혔지만 '주님만 알아주면'이라는 신참 전도사 때 가졌던 초심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흐르면서 초심에 덕지덕지 붙은 삶의 무게를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삶이 나른하고 무기력할 때는 새벽시장을 방문해 보십시오. 나른함은 얼마나 사치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하루가 더디고 지겹게 다가올 때 중환자실을 가보십시오. 하루라도 더 살고자 치열하게 싸우는 그들의 삶에서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될 것입니다. 삶이 무의미하고 공허하게 느껴질 때는 아프리카 고아원을 방문해 보십시오. 버려진 삶 속에서도 살고자, 살아내고자 허무와 공허를 밟고 일어서는 그들을 보십시오. 삶의 허무 속에 주저앉음이 얼마나 인생의 낭비인지 깨닫게 될 것입니다. 배울 때 가졌던 순수함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모교를 방문하십시오. 그러면 순수함을 덕지덕지 감싸서 보이지 않게 하는 세속의 묵은 때를 발견할 것입니다. 주님을 만나고 열심을 다했던 교회를 방문해 보십시오. 그동안 잊고 살았던 그때의 순수함을 발견할 것입니다.
예수를 3번이나 부인한 베드로에게 갈릴리 바닷가는 부르심을 새롭게 하는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너무나 기습적인 상황이라 당황하고 겁에 질려 얼떨결에 예수를 세 번이나 부인했지만 그 마음의 본심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두려운 순간이 갑작스럽게 다가오면 생각과 다르게, 마음에도 없는 말과 행동을 하는 것이 사람의 연약함입니다. 베드로의 부인은 인간의 약함을 그대로 드러낸 것입니다. 그의 본심은 갈릴리 바다에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그는 본심을 찾고자 갈릴리 바다로 갔고 예수님은 그의 본심에 사명을 더하시기 위해 베드로에게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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