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할 수 있어도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이 기도입니다. 해야지 하면서도 자꾸 미루는 것이 기도입니다. 하다가 중도에 낙심 가운데 쉽게 포기하는 것도 기도입니다. 예수를 믿어 그리스도인의 삶을 시작했지만 아직도 여전히 기도는 부담스러운 숙제로만 남겨진 경우도 많습니다. 과거 학생 때 독일어를 배울 때 첫 시간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울면서 시작하지만 웃으면서 마치는 것이 독일어다.' 처음에는 그 말씀이 와닿지 않아서 한쪽 귀로 흘려버렸지만 과연 선생님 말씀대로 독일어를 처음 배울 때 외워야 할 문법들과 어미변화 규칙들과 불규칙들이 너무 많아 머리에 과부하가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그렇지만 영어처럼 별도의 발음기호가 필요하지 않았고 의미있는 단어들의 결합이 새로운 단어가 되는 형태가 많아서 어휘력을 늘리는 일에도 훨씬 유리했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독일어 배우는 것이 나름 재미가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기도는 독일어를 배우는 과정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떤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하기만 합니다. 그러나 그냥 죽치고 앉아 있다 보면 실타래가 풀리듯이 이런 말, 저런 말 하나 둘 하게 되고 나중에 속에 있는 이야기를 털어놓는 것이 좋아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는 것이 기도입니다. 기도의 묘미는 주님의 음성을 들을 때입니다. 하나님의 음성이 들릴 때의 전율은 이 세상에서는 찾을 수 없는 기쁨의 전율입니다. 하나님은 기도 중에 우리를 만나시기를 기뻐하시며 기도 중에 마음과 마음이 교통하는 것을 좋아하십니다. 긴긴 여름이 아직도 아쉬운 듯 가을에게 선뜻 자리를 내어주지 않지만 아침과 저녁으로 선선한 기온이 느껴지는 이 때에 덥다는 핑계로 비워두었던 기도의 자리에 앉는 우리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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